본문 바로가기

알아두면 좋은 정보

된장에 머리카락 난다고? 전통 속설에 숨겨진 생활의 지혜

👵 우리 할머니의 된장 이야기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가면 매년 초봄이 되면 풍경 하나가 꼭 떠올랐다.
마당 한 켠에 커다란 장독대들이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앞에서 할머니는 된장을 정성스럽게 떠내셨다.
그리고 꼭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오늘 된장 빼는 날이니 머리 감지 마라. 감으면 된장에 머리카락 난다.”

그땐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참 재미있는 속설이다.
머리를 감는 게 왜 된장과 상관이 있을까? 오늘은 이 속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 속설의 내용: "된장 빼는 날 머리 감으면 된장에 머리카락이 난다"

이 속설은 우리나라 전통적인 식문화 속에 자리잡은 민간 금기 중 하나이다. 
예로부터 된장이나 간장 같은 발효 음식은 귀하게 여겼고, 이를 담그거나 가를 때는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 왜 이런 속설이 생겼을까?

1. 청결 유지의 필요성

된장은 오랜 시간 동안 발효가 이뤄지는 음식이기 때문에, 조금만 위생 상태가 나빠도 곰팡이가 생기거나 맛이 변해버릴 수 있다.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빠질 수 있는데, 이 머리카락이 장 안에 들어가면 위생상 좋지 않고, 그 장을 먹는 가족들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생겨났다. 

그래서 “된장 빼는 날은 머리도 감지 말라”는 금기가 생긴 것이다. 이는 조심성 많은 어른들의 지혜이자, 실질적인 생활 수칙이었다.

 

2. 장 담그기 = 신성한 일

된장을 담그는 날이나 가르는 날은 그 집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날이었다.

‘장을 잘 담그면 집안이 평안하다’, ‘장을 망치면 탈이 난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날은 외부인의 출입을 삼가거나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등의 일종의 의식 같은 분위기가 있었다. 

머리 감기 같은 사적인 행동은 자칫 불경스럽게 여겨졌고, 그런 행동이 장을 망치는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3. 머리카락 = 불결함의 상징

예전엔 배수시설이 좋지 않아서 머리를 감으면 마당에서 물을 퍼서 쓰곤 했다.
감은 머리를 말리면서 빠진 머리카락이 장독 근처에 떨어질 수도 있었고, 그게 장 안으로 들어갈 위험도 있었다.

그래서 머리를 감지 말라는 건 위생 + 장독 근처 오염 방지용 금기로 보이기도 한다.

 


 

🔬 과학적으로는 말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리를 감는다고 된장에 머리카락이 생긴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 된장의 품질은 발효 온도, 소금 농도, 위생 상태 등에 따라 결정된다.
  • 머리 감는 행위 자체가 발효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속설이 전해지는 배경에는 장 담그는 날은 특별하고 조심해야 하는 날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에, 일종의 생활 규칙으로 보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옛 어른들이 남긴 속설 중엔 비과학적인 것도 많지만, 그 속엔 살림의 지혜, 공동체의 질서, 음식에 대한 정성이 담겨 있다.
“된장에 머리카락이 난다”는 말도 그냥 웃고 넘기기엔 우리 삶의 방식과 문화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말이다.

요즘은 마트에서 간편하게 된장을 사지만, 가끔은 이런 속설을 통해 전통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